한 줄 요약 — 분산투자로 사라지는 위험에는 아무도 값을 치르지 않습니다. CAPM은 끝까지 남는 위험만 베타라는 숫자 하나로 세고, 거기에 시장이 요구하는 프리미엄을 곱해 "이 자산에 요구할 수익률"을 만듭니다.
CAPM — 분산으로 지울 수 없는 위험에만 값이 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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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CAPM인가 — 위험에 값을 매긴다는 문제
투자 판단은 결국 두 숫자의 비교입니다. 이 자산이 줄 것 같은 수익률과, 이 자산이라면 마땅히 받아야 할 수익률. 앞의 숫자는 애널리스트가 모델로 만듭니다. 문제는 뒤의 숫자입니다. "마땅히 받아야 할 수익률"은 어디에서 오는가.
실무에서 이 숫자는 이름이 여럿입니다. 주식 리서치에서는 required return(요구수익률), 기업재무에서는 cost of equity(자기자본비용), 투자심의위원회에서는 hurdle rate(허들 레이트)라고 부릅니다. 부르는 자리가 다를 뿐 같은 숫자입니다. 이 숫자가 DCF의 할인율이 되고, 사업부의 투자 승인선이 되고, 성과 평가의 기준선이 됩니다. 한 종목의 목표주가부터 수조 원짜리 설비 투자 결정까지가 이 하나의 퍼센트 위에 얹혀 있습니다.
CAPM(Capital Asset Pricing Model, 자본자산가격결정모형)은 이 숫자를 만드는 가장 오래되고 가장 널리 쓰이는 식입니다. 1960년대에 샤프·린트너·모신이 각자 도달한 결론이고, 지금도 상장사 IR 자료의 WACC 계산 각주에 거의 예외 없이 등장합니다. 식 자체는 한 줄입니다.
$$E(R_i) = R_f + \beta_i \left[ E(R_m) - R_f \right]$$한 줄짜리 식이 60년을 버틴 이유는 계산이 쉬워서가 아닙니다. 위험을 두 종류로 나눈다는 발상 하나가 들어 있어서입니다. 이번 편은 그 나눔에서 시작합니다. 확인할 것은 네 가지입니다 — 왜 위험의 일부에는 시장이 값을 치르지 않는가, 베타는 무엇의 무엇에 대한 비율인가, SML과 CML은 왜 다른 그림인가, 그리고 이 식이 실증에서 어떤 성적을 받았는가.
분산투자가 지우는 위험과 남기는 위험
한 종목만 들고 있으면 그 회사의 모든 일이 내 손익입니다. 공장 화재, CEO 사임, 리콜, 소송 패소. 이런 사건은 회사마다 따로 일어나고 서로 상관이 없습니다. 종목을 늘리면 한쪽의 악재가 다른 쪽의 호재와 상쇄되면서 포트폴리오 전체로는 평평해집니다. 이것이 unsystematic risk(비체계적 위험), 혹은 diversifiable risk(분산 가능 위험)입니다.
하지만 종목을 아무리 늘려도 평평해지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연준이 금리를 올리면 거의 모든 주식이 눌립니다. 경기침체가 오면 업종을 가리지 않고 실적 전망이 내려갑니다. 지난주처럼 금리와 유가가 동시에 움직이는 국면에서는 업종을 나눠 담아도 같은 방향으로 밀립니다. 이 부분은 종목 수로 지워지지 않습니다. systematic risk(체계적 위험), market risk(시장위험)입니다.
숫자로 보면 이렇게 됩니다. $n$개 종목에 균등 투자한 포트폴리오의 분산은
$$\sigma_p^2 = \frac{\overline{\sigma^2}}{n} + \left(1 - \frac{1}{n}\right)\overline{\text{Cov}}$$첫 항은 개별 종목의 분산을 $n$으로 나눈 것이라 $n$이 커지면 0으로 갑니다. 둘째 항은 종목 간 공분산의 평균이라 $n$이 커져도 그대로 남습니다. 분산투자의 한계는 계산 실력의 문제가 아니라 식의 구조입니다. 아래 그림은 개별 종목의 평균 표준편차를 실제 데이터에서 가져오고, 종목 간 평균 상관계수만 0.20으로 가정해 그린 것입니다.
여기서 CAPM의 핵심 주장이 나옵니다. 공짜로 지울 수 있는 위험에는 아무도 프리미엄을 주지 않는다. 종목 수를 늘리기만 하면 사라지는 위험을 감수한 대가로 추가 수익을 요구할 근거는 없습니다. 시장이 값을 치르는 것은 끝까지 남는 위험, 체계적 위험뿐입니다. 그렇다면 남은 일은 하나입니다 — 이 종목의 체계적 위험이 얼마인지 세는 것. 그 자가 베타입니다.
베타 — 정의는 공분산, 정체는 회귀계수
베타의 정의는 이렇습니다.
$$\beta_i = \frac{\text{Cov}(R_i, R_m)}{\text{Var}(R_m)}$$분자는 이 종목의 수익률과 시장 수익률이 같이 움직이는 정도, 분모는 시장 수익률이 혼자 움직이는 정도입니다. 즉 시장이 1만큼 움직일 때 이 종목이 평균적으로 몇만큼 움직이는가를 재는 비율입니다.
이 식을 처음 보면 왜 공분산을 분산으로 나누는지 어색합니다. 여기서 통계 수업의 기억을 하나 꺼내면 전부 풀립니다. $R_i$를 $R_m$에 단순회귀했을 때
$$R_{i,t} = \alpha_i + \beta_i R_{m,t} + \varepsilon_{i,t}$$의 기울기 추정치가 바로 $\text{Cov}(R_i, R_m) / \text{Var}(R_m)$입니다. 베타는 새로운 개념이 아니라 회귀계수입니다. 실무에서 "베타를 돌린다"고 말하는 것은 문자 그대로 회귀분석을 돌린다는 뜻입니다.
회귀식으로 보면 세 가지가 한꺼번에 보입니다. $\beta_i R_{m,t}$는 시장이 설명하는 부분, 곧 체계적 위험입니다. $\varepsilon_{i,t}$는 시장으로 설명되지 않고 남은 잔차, 곧 비체계적 위험입니다 — 여러 종목을 섞으면 서로 상쇄되어 사라지는 것이 이 항입니다. $\alpha_i$는 시장으로 설명되는 몫을 빼고도 남은 상수이고, 7장에서 다룹니다.
분산으로 쓰면 더 선명합니다.
$$\underbrace{\sigma_i^2}_{\text{총위험}} = \underbrace{\beta_i^2 \sigma_m^2}_{\text{체계적}} + \underbrace{\sigma_\varepsilon^2}_{\text{비체계적}}$$2장에서 말한 "지워지는 부분"과 "남는 부분"의 분해가 회귀식 한 줄에서 그대로 나옵니다.
| 베타 | 뜻 |
|---|---|
| β > 1 | 시장보다 크게 움직임. 기사에서 high-beta name |
| β = 1 | 시장과 같이 움직임. 시장 포트폴리오의 베타는 정의상 1 |
| 0 < β < 1 | 시장보다 덜 움직임. defensive name, low-beta |
| β ≈ 0 | 시장과 무관. 현금·단기국채 |
| β < 0 | 시장과 반대. 드물고, 대개 추정오차 |
실무 주의 — 베타는 "그" 숫자가 아니라 "한" 숫자입니다. 같은 종목의 베타도 추정기간 (2년이냐 5년이냐), 관측 주기(일간·주간·월간), 시장 대용치(S&P 500이냐 러셀 3000이냐)에 따라 다르게 나옵니다. 데이터 제공사마다 베타가 다른 것은 오류가 아니라 정의상 당연한 일입니다. 리서치 노트에 베타를 쓸 때 추정 조건을 같이 적는 것이 원칙인 이유입니다.
레버드 베타와 언레버드 베타
주식 베타에는 사업의 위험과 부채의 위험이 섞여 있습니다. 같은 사업이라도 빚을 많이 쓰면 자기자본 수익률의 변동폭이 커지고, 베타도 따라 올라갑니다. 그래서 실무는 두 가지를 구분합니다. levered beta(= equity beta)는 지금 이 회사의 자본구조가 반영된, 관측되는 주식 베타이고, unlevered beta(= asset beta)는 부채 효과를 걷어낸 사업 자체의 베타입니다. 둘을 잇는 식이 하마다(Hamada) 관계입니다.
$$\beta_L = \beta_U \left[ 1 + (1 - t)\frac{D}{E} \right] \qquad \Longleftrightarrow \qquad \beta_U = \frac{\beta_L}{1 + (1-t)\frac{D}{E}}$$이 식이 실무에서 쓰이는 전형적인 자리는 비상장사나 신규 사업부의 자본비용을 구할 때입니다. 그 회사에는 주가가 없으니 베타를 돌릴 수 없습니다. 그래서 같은 업종 상장사들의 레버드 베타를 모아, 각자의 자본구조를 걷어내 언레버드 베타를 구하고, 평균을 낸 뒤, 대상 회사의 목표 자본구조를 다시 입혀 레버드 베타를 만듭니다. 영어로는 각 단계를 그대로 unlever, relever라는 동사로 씁니다.
숫자로 확인. Damodaran이 공개한 미국 업종 베타에서 반도체 업종은 레버드 베타 1.52, D/E 2.59%입니다. 세율 25%를 넣고 걷어내면
$$\beta_U = \frac{1.52}{1 + (1-0.25)\times 0.0259} = \frac{1.52}{1.019425} = 1.4910$$같은 표에 게시된 언레버드 베타 1.49와 일치합니다. 여기에 한 가지 디테일이 있습니다. 같은 표에는 업종별 실효세율 열도 있는데, 반도체의 실효세율 5.11%를 넣어 역산하면 1.48이 나와 게시값과 어긋납니다. 한계세율 25%를 넣으면 Damodaran(NYU Stern) 공개 자료에서 발췌한 아래 다섯 업종이 전부 반올림까지 일치합니다. Damodaran의 언레버링은 실효세율이 아니라 한계세율을 쓴다는 뜻이고, 남의 베타 표를 가져다 쓸 때 어떤 세율로 걷어낸 값인지를 확인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 업종 | 레버드 β | D/E | 역산 βU (t=25%) | 게시 βU |
|---|---|---|---|---|
| Utility (General) | 0.24 | 81.48% | 0.1490 | 0.15 |
| Banks (Regional) | 0.40 | 52.10% | 0.2876 | 0.29 |
| Total Market | 0.91 | 35.17% | 0.7201 | 0.72 |
| Software (Sys & App) | 1.28 | 5.58% | 1.2286 | 1.23 |
| Semiconductor | 1.52 | 2.59% | 1.4910 | 1.49 |
부채를 많이 쓰는 업종일수록 두 베타의 간격이 큽니다. 전력·유틸리티는 레버드 0.24 / 언레버드 0.15로 거의 40%가 부채 효과입니다. 반도체는 D/E가 2.59%밖에 안 되어 1.52와 1.49로 차이가 거의 없습니다. "유틸리티는 안전한 사업"이라는 인상의 절반은 사업의 성격이고, 나머지 절반은 자본구조를 걷어내야 보이는 것입니다.
CAPM 식 유도
2~3장에서 재료가 다 나왔습니다. 이제 식을 세웁니다.
STEP 1 — 무위험수익률에서 출발한다. 어떤 투자자든 위험을 전혀 지지 않고 받을 수 있는 수익률이 있습니다. 국채 금리입니다. 위험자산은 최소한 이것보다는 더 줘야 합니다.
$$E(R_i) = R_f + (\text{위험에 대한 보상})$$이 식이 말하는 것 — 요구수익률은 "공짜로 받는 몫 + 위험을 진 대가"의 두 층이다.
STEP 2 — 보상은 시장 전체의 위험 대가에서 온다. 시장 포트폴리오를 통째로 들고 있는 투자자가 받는 초과수익률을 equity risk premium(주식위험프리미엄, ERP)이라고 부릅니다.
$$\text{ERP} = E(R_m) - R_f$$이 식이 말하는 것 — 위험의 값은 개별 종목이 아니라 시장 전체 수준에서 먼저 정해진다.
STEP 3 — 이 종목이 그 위험을 몇 단위 지고 있는지 센다. 3장에서 본 대로, 시장 위험에 대한 이 종목의 노출도가 베타입니다. 시장 포트폴리오의 베타는 정의상 1이고, 베타 1.5인 종목은 같은 위험을 1.5배로 지고 있습니다.
$$\text{위험에 대한 보상} = \beta_i \times \text{ERP}$$이 식이 말하는 것 — 프리미엄은 총위험이 아니라 베타에만 비례한다. 비체계적 위험은 이 식 어디에도 없다.
STEP 4 — 합친다.
$$E(R_i) = R_f + \beta_i \left[ E(R_m) - R_f \right]$$이 식이 말하는 것 — 자산의 요구수익률은 베타의 일차함수다. 기울기는 ERP, 절편은 무위험수익률.
검산 두 가지. $\beta_i = 0$이면 $E(R_i) = R_f$입니다. 시장과 무관한 자산은 무위험수익률만 받습니다. $\beta_i = 1$이면 $E(R_i) = E(R_m)$입니다. 시장과 똑같이 움직이는 자산은 시장수익률을 받습니다. 양 끝이 맞으니 그 사이는 직선으로 이어집니다. 이 직선에 이름이 있습니다. 증권시장선(SML, Security Market Line)입니다.
SML과 CML — 가로축이 모든 것을 가른다
CAPM을 공부할 때 가장 자주 섞이는 두 그림이 SML과 CML입니다. 둘 다 "무위험수익률에서 출발해 오른쪽 위로 올라가는 직선"이라 눈으로 보면 비슷하게 생겼습니다. 다른 것은 가로축 하나뿐이고, 그 하나가 전부를 바꿉니다.
| 항목 | CML (자본시장선) | SML (증권시장선) |
|---|---|---|
| 가로축 | 총위험 σ (표준편차) | 체계적 위험 β |
| 세로축 | 기대수익률 | 기대수익률 |
| 기울기 | [E(Rm) − Rf] / σm — 샤프 비율 | E(Rm) − Rf — ERP |
| 선 위에 있는 것 | 효율적 포트폴리오만 | 모든 자산 (개별 종목 포함) |
| 쓰는 자리 | 자산배분 — 무위험자산과 시장을 어떤 비율로 섞을까 | 가격 평가 — 이 종목의 요구수익률은 얼마인가 |
핵심은 마지막 두 줄입니다. CML 위에는 잘 분산된 포트폴리오만 올라갑니다. 개별 종목은 비체계적 위험 때문에 총위험 $\sigma$가 불필요하게 크고, 그래서 CML 아래에 떨어집니다. 그 종목의 가격이 잘못 매겨졌다는 뜻이 아니라, 분산을 덜 했다는 뜻입니다. 반면 SML 위에는 모든 자산이 올라갑니다. 가로축이 $\sigma$가 아니라 $\beta$이기 때문입니다. 분산을 덜 해서 생긴 위험은 가로축에 아예 들어오지 않으므로, 개별 종목도 "제 값"이라면 정확히 선 위에 놓입니다.
한 줄로 — CML은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구성할지의 그림이고, SML은 자산의 값이 맞는지의 그림입니다. "이 종목이 CML 아래 있으니 싸다"는 말은 틀린 말입니다. 그 판단은 SML로 합니다. 참고로 표에 적힌 CML의 기울기에는 따로 이름이 있습니다. 샤프 비율입니다. 다음 편의 주제이기도 합니다.
실제 숫자로 검증하기
식만으로는 감이 오지 않으니 실제로 구할 수 있는 숫자를 넣어 봅니다. CAPM을 실무에서 쓰려면 세 개의 입력이 필요하고, 셋 다 논쟁거리입니다.
입력 1 — 무위험수익률 $R_f$. 연준 H.15(2026년 9월 21일 공표, 9월 18일 관측)의 미국 국채 불변만기 금리는 3개월 4.14%, 2년 4.76%, 10년 5.01%, 30년 5.34%입니다. 주식 밸류에이션은 현금흐름의 시계가 길기 때문에 관례적으로 10년물을 씁니다. 3개월물을 쓰면 요구수익률이 0.87%p 낮게 나옵니다. 자본비용 논쟁의 상당 부분이 이 선택 하나에서 생깁니다.
입력 2 — 주식위험프리미엄 ERP. 두 방식이 있습니다. historical ERP는 과거 실현 수익률의 차이입니다. Damodaran(NYU Stern) 집계 기준으로 1928~2025년 미국 주식은 10년 국채를 기하평균으로 연 5.48%p 앞섰습니다. 산술평균으로 재면 이 차이는 더 크게 나옵니다. implied ERP(내재 ERP)는 지금 주가와 예상 현금흐름에서 역산한, 시장이 현재 요구하고 있는 프리미엄입니다. Damodaran이 게시한 2026년 9월 1일 기준 내재 ERP는 4.14%이고, 같은 기준일의 무위험수익률로는 4.75%를 씁니다. 이번 편은 이 짝을 기본으로 씁니다. 같은 날, 같은 계산 안에서 나온 숫자라 서로 어긋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입력 3 — 베타. Damodaran(NYU Stern) 공개 자료의 미국 업종 베타(표본 5,994개사)에서 5개 업종을 발췌해 씁니다. 세 입력을 넣으면 요구수익률은 $E(R_i) = 4.75\% + \beta_i \times 4.14\%$가 됩니다.
| 업종 | 표본 | 레버드 β | 요구수익률 | Rf를 10년물 5.01%로 |
|---|---|---|---|---|
| Utility (General) 전력·유틸리티 | 14 | 0.24 | 5.74% | 6.00% |
| Banks (Regional) 지역은행 | 568 | 0.40 | 6.41% | 6.67% |
| Total Market 전체 시장 | 5,994 | 0.91 | 8.52% | 8.78% |
| Software (System & Application) | 309 | 1.28 | 10.05% | 10.31% |
| Semiconductor 반도체 | 66 | 1.52 | 11.04% | 11.30% |
읽는 포인트 세 가지입니다.
(1) 베타 하나가 5.3%p를 가릅니다. 유틸리티 5.74%와 반도체 11.04%의 간격이 그것입니다. 같은 100억 원짜리 프로젝트라도 이 할인율 차이면 10년 뒤 현금흐름의 현재가치가 40% 넘게 벌어집니다. 실무에서 사업부별로 다른 허들 레이트를 쓰는 이유입니다.
(2) "전체 시장"의 베타가 1이 아닙니다. 표의 Total Market 베타는 0.91입니다. 시장 포트폴리오의 베타는 정의상 1이어야 하는데 0.91이 나오는 이유는, 이 값이 5,994개 기업의 회귀 베타를 모아 만든 업종 통계이지 시가총액 가중 지수의 베타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무엇을 "시장"으로 놓고 어떻게 가중하느냐에 따라 1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이 8장 롤의 비판의 맛보기입니다.
(3) 입력이 흔들리면 결과도 흔들립니다. Damodaran은 같은 날짜에 방법론이 다른 ERP 추정치를 여럿 같이 공개하는데, 범위가 3.56%에서 6.05%까지입니다. 반도체(β 1.52)의 요구수익률은 그 범위에서 10.16%(ERP 3.56%)부터 13.95%(ERP 6.05%)까지 움직입니다. 3.8%p의 폭입니다. 소수점 둘째 자리까지 적힌 CAPM 결과값은 정밀해 보이지만, 그 정밀함은 입력값이 아니라 계산기가 만든 것입니다. 리서치 노트에 요구수익률을 쓸 때 민감도 표를 같이 붙이는 관행은 겸손이 아니라 정확성의 문제입니다.
알파 — SML 위와 아래
CAPM이 만든 요구수익률은 기준선입니다. 그 기준선과 실제 기대수익률의 차이가 alpha입니다.
$$\alpha_i = E(R_i)_{\text{내 전망}} - \left[ R_f + \beta_i (E(R_m) - R_f) \right]$$$\alpha > 0$이면 SML 위입니다. 지는 위험에 비해 더 준다는 뜻이고 저평가·매수 논거가 됩니다. $\alpha = 0$이면 제 값입니다. CAPM이 옳다면 모든 자산이 여기 있어야 합니다. $\alpha < 0$이면 SML 아래이고, 지는 위험에 비해 덜 준다는 뜻입니다.
가정 예시 A. 베타 1.00인 종목의 12개월 기대수익률을 11.0%로 전망했다고 합시다(이 11.0%는 설명을 위한 가정입니다). 요구수익률은 $4.75 + 1.00 \times 4.14 = 8.89\%$이므로 알파는 +2.11%p, SML 위쪽입니다.
가정 예시 B. 베타 1.52인 종목의 기대수익률이 8.0%라면(역시 가정) 요구수익률 11.04%에 못 미쳐 알파는 −3.04%p입니다. 주의할 것은 8.0%라는 숫자 자체가 낮지 않다는 점입니다. 무위험수익률 4.75%보다 3%p 넘게 높고 유틸리티 업종의 요구수익률 5.74%도 훌쩍 넘습니다. 그런데도 부족하다고 말하는 이유는 베타 1.52의 위험을 지고 받는 대가치고는 모자라기 때문입니다. 영어 기사에 on a risk-adjusted basis라는 단서구가 붙는 자리입니다.
여기서 반드시 짚어야 할 것. 알파가 양수라는 말은 "시장이 틀렸다"는 주장입니다. 시장이 이 종목의 값을 잘못 매겼다는 뜻이니까요. 그런데 CAPM이 산출한 요구수익률이 틀렸을 가능성도 정확히 같은 크기로 존재합니다. 6장에서 본 대로 ERP를 3.56%로 쓰느냐 6.05%로 쓰느냐만으로 요구수익률이 3.8%p 움직입니다. +2%p짜리 알파는 시장의 오류일 수도 있고, 내 입력값의 오류일 수도 있습니다. 실무에서 알파를 근거로 쓸 때 "어떤 ERP와 어떤 베타에서 나온 알파인가"를 먼저 묻는 것은 그래서입니다. 배수 편에서 본 "싸 보인다"는 판단도 같은 구조입니다 — 기준을 무엇으로 잡았느냐가 결론을 만듭니다.
어디까지 믿을 수 있나 — 롤의 비판과 그 뒤
CAPM은 60년 동안 표준으로 쓰였고, 같은 60년 동안 계속 반박당했습니다. 양쪽을 다 적는 것이 공정합니다.
(1) 롤의 비판. 1977년 리처드 롤이 Journal of Financial Economics에 실은 논문이 가장 근본적인 반박입니다. CAPM의 $R_m$은 "시장 포트폴리오"인데, 이 포트폴리오는 이론상 투자 가능한 모든 자산을 포함해야 합니다. 상장주식만이 아니라 채권, 부동산, 비상장 지분, 원자재, 그리고 인적자본까지. 그런 포트폴리오는 관측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실무는 S&P 500 같은 proxy(대용치)를 씁니다. 롤의 논점은 여기서 갈라집니다. 우리가 검정하는 것은 CAPM이 아니라 "이 대용치가 효율적인가"라는 명제라는 것입니다. 대용치가 효율적이면 모든 자산이 자동으로 SML 위에 놓여 CAPM은 항상 맞는 것처럼 보이고, 대용치가 비효율적이면 CAPM이 옳더라도 틀린 것처럼 보입니다. 어느 쪽이든 CAPM 자체는 검정된 것이 아닙니다.
(2) 실증의 성적표. 검정 가능한 부분만 보면 결과가 좋지 않습니다. 파마와 프렌치는 1992년 Journal of Finance 논문에서 규모와 장부가/시가 비율을 함께 넣으면 베타와 평균수익률의 관계가 평평해진다고 보고했습니다. 더 최근에는 프라치니와 페더슨이 2014년 Journal of Financial Economics에서 betting against beta라는 이름으로 같은 현상을 정리했습니다. 고베타가 낮은 알파와 연결되는 관계가 미국 주식뿐 아니라 20개 해외 주식시장, 국채, 회사채, 선물에서 공통으로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실제 관측되는 선이 CAPM이 예측한 것보다 평평하다는 뜻이고, 오늘날 저변동성·최소분산 전략의 출발점이 된 관측입니다.
(3) 베타로 설명되지 않는 것들. 더 결정적인 것은 베타를 통제한 뒤에도 수익률 차이를 만드는 변수들이 계속 발견되었다는 점입니다. 소형주가 대형주보다, 장부가/시가 비율이 높은 종목이 낮은 종목보다 평균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냈습니다. CAPM의 틀에서 보면 이것들은 전부 알파여야 하는데, 너무 체계적이고 너무 오래 지속되어 "시장의 실수"로 보기 어렵습니다. 여기서 나온 대답이 팩터 모형입니다. 파마와 프렌치가 1993년 논문에서 시장·규모·가치 세 팩터를 제시했고, 이후 모멘텀과 수익성·투자성향이 더해졌습니다.
$$E(R_i) - R_f = \beta_{m}\,\text{MKT} + \beta_{s}\,\text{SMB} + \beta_{h}\,\text{HML} + \cdots$$구조를 보면 CAPM을 버린 것이 아니라 항을 늘린 것입니다. 첫 항은 여전히 시장 베타이고, 논리도 그대로입니다 — 분산으로 지워지지 않는 노출에만 프리미엄이 붙는다.
(4) 그런데도 왜 계속 쓰는가. 세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 입력이 세 개뿐이라 어디서 틀렸는지 추적할 수 있습니다. 팩터를 다섯 개로 늘리면 설명력은 좋아져도 "이 할인율이 왜 이 값인가"를 경영진에게 설명하기 어려워집니다. 둘째, 모두가 같은 것을 쓰면 비교가 가능합니다. 자본비용은 절대값의 정확성보다 사업부 간·종목 간 일관성이 중요한 숫자일 때가 많습니다. 셋째, 틀리는 방향이 예측 가능합니다. 고베타 자산의 요구수익률이 과대 추정되는 경향을 알고 있으면 그만큼 감안해서 읽을 수 있습니다.
한 줄로 정리하면 — CAPM은 정답을 주는 기계가 아니라 대화를 정리하는 언어입니다. "이 사업의 허들 레이트가 11%인 이유는 반도체 베타가 1.5이기 때문"이라는 문장은, 틀렸을 수는 있어도 어디가 틀렸는지 지적할 수 있는 문장입니다.
직접 계산해 보기
문제 1 — 요구수익률
무위험수익률 4.75%, 주식위험프리미엄 4.14%입니다. 베타가 0.85인 종목의 요구수익률은 얼마입니까?
풀이 확인
$E(R) = 4.75\% + 0.85 \times 4.14\% = 4.75\% + 3.519\% = 8.269\% \approx \mathbf{8.27\%}$
베타가 1보다 작으므로 시장수익률 8.89%보다 낮게 나옵니다. 방어적 종목에 더 낮은 할인율을 적용한다는 뜻이고, 같은 현금흐름이라면 더 높은 밸류에이션이 정당화됩니다.
문제 2 — 언레버링과 리레버링
비상장 반도체 회사의 자본비용을 구하려 합니다. 동종 상장사의 언레버드 베타는 1.49이고, 이 회사의 목표 자본구조는 D/E 40%, 한계세율은 25%입니다(목표 자본구조는 가정). 요구수익률은 얼마입니까?
풀이 확인
먼저 목표 자본구조를 입힙니다(relever).
$\beta_L = 1.49 \times [1 + (1-0.25) \times 0.40] = 1.49 \times 1.30 = 1.937$
CAPM에 넣습니다.
$E(R) = 4.75\% + 1.937 \times 4.14\% = 4.75\% + 8.019\% = 12.769\% \approx \mathbf{12.77\%}$
부채가 거의 없는 상장 반도체 업종의 요구수익률은 11.04%였습니다. 사업은 같은데 부채를 D/E 40%까지 쓰는 것만으로 자기자본비용이 1.73%p 올라갑니다. 부채가 싸 보이는 것은 이자율만 볼 때이고, 자기자본이 요구하는 수익률이 같이 올라간다는 사실이 이 계산에 들어 있습니다.
문제 3 — 알파, 그리고 무위험수익률을 바꾸면
베타 1.20인 종목의 기대수익률을 12.0%로 전망했습니다(가정). (a) 무위험수익률 4.75%일 때 알파는? (b) 무위험수익률을 H.15의 10년물 5.01%로 바꾸면 알파는 어떻게 되나요?
풀이 확인
(a) 요구수익률 $= 4.75\% + 1.20 \times 4.14\% = 9.718\%$ → 알파 $= 12.0 - 9.718 = \mathbf{+2.28\%p}$
(b) 요구수익률 $= 5.01\% + 1.20 \times 4.14\% = 9.978\%$ → 알파 $= 12.0 - 9.978 = \mathbf{+2.02\%p}$
무위험수익률을 0.26%p 올렸을 뿐인데 알파가 0.26%p 그대로 깎입니다. 절편이 움직이면 SML 전체가 평행이동하기 때문입니다. 베타 추정을 아무리 정교하게 해도, 어느 날짜 어느 만기의 국채를 쓰느냐가 알파의 부호를 뒤집을 수 있습니다.
영어로는 이렇게 말합니다
수식을 이해했다면 마지막은 그것을 말로 다루는 일입니다. 이 시리즈가 금융 영어 노트인 이유이기도 합니다.
"At a 4.75% risk-free rate, the required return on this name is just under 11%, which clears our hurdle rate."
무위험수익률 4.75% 기준이면 이 종목의 요구수익률은 11% 남짓이고, 우리 허들 레이트를 넘습니다.
"Leverage cuts the after-tax cost of debt, but it pushes up the cost of equity at the same time."
레버리지는 세후 부채비용을 낮추지만, 동시에 자기자본비용을 끌어올립니다.
"That's an idiosyncratic story, not a systematic one — it shouldn't move the sector."
그건 개별 종목 사안이지 시장 전체 사안이 아닙니다. 섹터를 움직일 일은 아닙니다.
"Single-name risk can be diversified away; duration risk cannot."
개별 종목 위험은 분산으로 지울 수 있지만, 듀레이션 위험은 그렇지 않습니다.
"We unlevered the peer betas, took the median, and relevered at the target capital structure."
동종사 베타를 언레버링해 중앙값을 취한 뒤, 목표 자본구조로 리레버링했습니다.
"We're carrying a 4.1% equity risk premium; on the historical number it'd be closer to 5.5%."
우리는 주식위험프리미엄을 4.1%로 잡고 있습니다. 역사적 수치로 하면 5.5%에 가까워집니다.
"It outperformed in absolute terms, but on a risk-adjusted basis it lagged."
절대 수익률로는 앞섰지만, 위험 조정 기준으로는 뒤처졌습니다.
"Money rotated out of high-beta tech into defensive names like utilities."
자금이 고베타 기술주에서 유틸리티 같은 방어주로 이동했습니다.
SOURCES — 근거 자료
- 연준 — H.15 Selected Interest Rates(2026.09.21 공표, 09-18 관측) — 국채 불변만기 3개월 4.14%, 2년 4.76%, 10년 5.01%, 30년 5.34%의 출처.
- Damodaran(NYU Stern) — 내재 주식위험프리미엄 — 2026년 9월 1일 기준 내재 ERP 4.14%, 무위험수익률 4.75%, 방법론별 추정치의 범위 3.56~6.05%의 출처.
- Damodaran — Betas by Sector (US) — 업종별 레버드·언레버드 베타, D/E, 표본 수, 전체 시장 주식 표준편차 48.07%의 출처. 표와 그림에는 5개 업종만 발췌.
- Damodaran — Historical Returns on Stocks, Bonds and Bills — 1928~2025년 집계. 역사적 ERP 5.48%p는 이 집계의 주식·10년 국채 누적 수익에서 나오는 기하평균의 차이.
- Roll, R. (1977), "A critique of the asset pricing theory's tests Part I" — Journal of Financial Economics 4(2), 129–176. 8장 (1) 롤의 비판의 출처.
- Fama, E. & French, K. (1992), "The Cross-Section of Expected Stock Returns" — Journal of Finance 47(2), 427–465. 규모·장부가 대비 시가 비율과 베타의 관계 서술의 출처.
- Fama, E. & French, K. (1993), "Common risk factors in the returns on stocks and bonds" — Journal of Financial Economics 33(1), 3–56. 3팩터 모형의 출처.
- Frazzini, A. & Pedersen, L. H. (2014), "Betting against beta" — Journal of Financial Economics 111(1), 1–25. 고베타가 낮은 알파와 연결되는 관계가 미국 주식·20개 해외 주식시장·국채·회사채·선물에서 확인된다는 서술의 출처.
NOTE3장·6장의 표와 2장·7장 그림에 쓴 업종 베타·D/E·표본 수·표준편차는 Damodaran(NYU Stern) 공개 자료에서 5개 업종(전체 시장 합계 포함)을 발췌한 것이고, 역산 βU와 요구수익률은 그 값으로 계산했습니다. 2장 그림의 종목 간 평균 상관계수 0.20, 알파 예시 A·B의 기대수익률, 문제 2의 목표 D/E 40%는 설명을 위한 가정값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