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 요약 — data-dependent는 "앞으로의 금리를 미리 약속하지 않겠다"는 선언입니다. 연준은 한때 날짜를, 그다음엔 실업률 문턱을 약속했고, 지금은 그 자리에 데이터를 둡니다. 약속이 사라진 만큼 지표 하나하나를 해석하는 일은 시장의 몫이 됩니다.
Data-Dependent — '데이터를 보겠다'는 말은 약속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이다
내일부터 이틀간 열리는 FOMC가 끝나면 16일 기자회견에서 거의 확실히 나올 단어가 있습니다. 기자가 "다음 회의에서도 올립니까?"라고 물으면 의장은 이렇게 답합니다 — 우리는 data-dependent(데이터 의존적)하다. 한국어로 옮기면 "지표를 보고 판단하겠다"인데, 문자 그대로 받으면 아무 정보가 없는 답처럼 들립니다. 데이터를 보지 않는 중앙은행은 없으니까요. 이 단어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는 무엇을 하지 않겠다는 말이기 때문입니다. 앞으로의 경로를 미리 약속하지 않겠다, 즉 시장이 기대어 쉴 수 있는 날짜나 숫자를 주지 않겠다는 뜻입니다.
약속의 역사 — 날짜에서 문턱으로, 문턱에서 데이터로
data-dependent가 무엇을 버린 말인지는 그 앞의 두 방식을 보면 선명해집니다. 첫째는 calendar-based guidance(날짜 기반 안내)입니다. 2011년 8월 9일 FOMC 성명은 초저금리를 "at least through mid-2013"(적어도 2013년 중반까지) 유지할 것이라고 적었습니다. 2년 뒤의 날짜를 박아 넣은 겁니다. 시장은 확실성을 얻었지만, 연준은 경기가 예상과 달라져도 그 날짜에 묶이는 부담을 떠안았습니다.
둘째는 threshold-based guidance(문턱 기반 안내)입니다. 2012년 12월 12일 성명은 날짜를 지우고 조건을 걸었습니다. 실업률이 6.5%를 웃도는 한, 그리고 1~2년 뒤 물가 전망이 2%를 0.5%포인트 넘게 웃돌지 않는 한 초저금리를 유지한다는 내용입니다. 날짜 대신 숫자에 묶인 셈이고, 이번에는 실업률이 예상보다 빨리 떨어지면서 문턱이 금세 가까워지는 문제가 생겼습니다.
그다음 단계가 지금의 방식입니다. 날짜도 문턱도 걸지 않고, 들어오는 지표 전체를 보고 회의 때마다 결정한다. 이 흐름을 한 문장으로 쓰면 the Fed moved from calendar-based to data-dependent guidance(연준은 날짜 기반 안내에서 데이터 의존적 안내로 옮겨 갔다)입니다. 기업이 실적 전망을 내놓는 가이던스와 같은 단어를 쓰지만, 중앙은행의 forward guidance는 "앞으로의 정책 경로에 대한 말"이라는 점이 다릅니다.
"By calling itself data-dependent, the Fed is telling markets not to lean on any promise about the next move."
스스로를 데이터 의존적이라고 말함으로써, 연준은 다음 결정에 관한 어떤 약속에도 기대지 말라고 시장에 말하고 있다.
짝을 이루는 말 — meeting by meeting
data-dependent가 "무엇을 보고"에 대한 답이라면, "언제 정하느냐"에 대한 답은 meeting by meeting(회의마다)입니다. 다음 회의의 결정을 이번 회의에서 미리 정하지 않고, 그 회의에 도착했을 때 그때까지의 지표로 정한다는 뜻입니다. 2023년 7월 26일 기자회견에서 파월 의장은 결정을 "meeting by meeting"으로 내리겠다고 말했는데, 그날의 인상이 그 사이클의 마지막 인상이 됐습니다. 돌이켜 보면 이 표현은 "다음 인상을 약속하지 않는다"는 신호였던 셈입니다.
기사에서 두 표현은 거의 붙어 다닙니다. The chair stressed the Committee would stay data-dependent and decide meeting by meeting.(의장은 위원회가 데이터 의존적 태도를 유지하며 회의마다 결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문장이 나오면 기자들이 원하던 "다음 회의에서 올린다·안 올린다"는 답은 끝내 나오지 않았다는 뜻으로 읽으면 됩니다.
"Asked about October, the chair would only say the decision will be made meeting by meeting."
10월 회의에 대한 질문에 의장은 결정은 회의마다 내려질 것이라는 말만 했다.
무슨 데이터를 보느냐 — totality of the data
"데이터"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연준이 내놓는 답이 totality of the data(데이터 전체)입니다. 지표 하나가 뜨겁다고 곧바로 반응하지 않고, 물가·고용·소비·금융 여건을 한데 모아 판단하겠다는 말입니다. 성명에 반복되는 문장도 같은 뜻입니다 — "the Committee will continue to monitor the implications of incoming information for the economic outlook"(위원회는 들어오는 정보가 경제 전망에 주는 함의를 계속 점검할 것이다). 여기서 incoming information, 기사에서는 흔히 incoming data라고 쓰는 것이 data-dependent의 "data"입니다.
이 표현은 시장이 한 지표에 과하게 반응할 때 연준이 속도를 늦추는 도구로도 쓰입니다. 지난주 8월 소비자물가가 좋은 예입니다. 헤드라인은 한 달에 0.4% 올라 뜨거웠지만, 근원물가의 전년 대비는 2.4%로 오히려 내려왔습니다. 헤드라인과 근원이 엇갈릴 때 연준 인사가 "한 달 수치가 아니라 데이터 전체를 본다"고 말하면, 시장이 월간 수치에 붙인 해석을 한 걸음 되돌리라는 신호입니다.
"One hot print won't settle it; officials say they are weighing the totality of the data."
뜨거운 지표 한 번으로 결론이 나지는 않는다. 당국자들은 데이터 전체를 따져 보고 있다고 말한다.
한 끗 더: 약속이 없으면 모든 회의가 live meeting이 된다
data-dependent의 결과로 시장에 자리 잡은 말이 live meeting입니다. 결정이 바뀔 가능성이 실제로 열려 있는 회의, 즉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는 회의"라는 뜻입니다. 경로를 미리 약속하던 시절에는 결과가 뻔한 회의가 많았습니다. 약속을 지우면 반대로 every meeting is live(모든 회의가 살아 있다)가 됩니다.
이것이 시장에는 비용입니다. 연준이 확실성을 거둬 간 만큼 변동성은 지표 발표일로 옮겨 옵니다. 최종금리 편에서 본 것처럼 지표 하나에 시장이 종점 전망을 다시 매기는(repriced) 일이 잦아지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반대로 연준 입장에서는 틀린 약속에 묶일 위험이 사라집니다. 결국 누가 불확실성을 떠안느냐의 문제이고, data-dependent는 그것을 시장 쪽으로 넘기는 말입니다. 그래서 이 단어가 나올 때마다 기사는 "그러면 다음에 볼 데이터가 무엇이냐"로 넘어가고, 16일 발표될 점도표가 그 답에 가장 가까운 자료가 됩니다.
한국 실무에서는
국문 기사는 data-dependent를 "데이터 의존적", "지표 확인 후 판단" 정도로 옮기는데, 앞의 번역이 어색해서 뒤쪽을 더 많이 씁니다. "연준 의장, 추가 인상 여부는 지표 보고 결정" 같은 헤드라인이 정확히 data-dependent, meeting by meeting의 번역입니다. 한국은행 기자회견에서도 "향후 데이터를 보면서 판단하겠다"는 답이 같은 역할을 하고, 금통위를 앞두고 "이번 회의는 열려 있다"고 말할 때가 live meeting의 국문판입니다.
영문 코멘트의 정형은 With the Fed firmly data-dependent, we see September as a live meeting and expect volatility to cluster around CPI and payrolls.(연준이 확고하게 데이터 의존적인 만큼 9월 회의는 열려 있다고 보며, 변동성은 CPI와 고용 발표일에 몰릴 것으로 예상한다) 같은 문장입니다. cluster around(~주변에 몰리다)는 변동성이 특정 날짜에 집중되는 모습을 묘사할 때 리서치에서 자주 씁니다.
SELF-CHECK — 어떤 안내인가
세 문장이 각각 어떤 방식의 안내인지 고르세요.
① "금리를 적어도 내년 말까지 현 수준으로 유지한다."
② "실업률이 5%를 웃도는 한 금리를 올리지 않는다."
③ "추가 조정 여부는 들어오는 지표를 보고 회의마다 판단한다."
(a) 날짜 기반 (b) 문턱 기반 (c) 데이터 의존적
정답 확인
① (a), ② (b), ③ (c). ①은 2011년 8월 성명처럼 시점을 약속합니다. ②는 2012년 12월 성명처럼 숫자 조건을 겁니다 — 문턱에 닿으면 자동으로 올린다는 뜻이 아니라, 그 전에는 올리지 않는다는 약속이라는 점에 주의하세요. ③은 날짜도 숫자도 약속하지 않으니 data-dependent, meeting by meeting입니다. 약속이 적을수록 ③처럼 모든 회의가 live meeting에 가까워집니다.
SOURCES — 근거 자료
- 연준 — 2011년 8월 9일 FOMC 성명 — 날짜 기반 안내 "at least through mid-2013" 문구의 출처.
- 연준 — 2012년 12월 12일 FOMC 성명 — 실업률 6.5%·물가 전망 문턱 기반 안내의 출처.
- 연준 — 2023년 7월 26일 FOMC 기자회견 녹취록 — "meeting by meeting" 발언의 출처.
- 연준 — 2026년 7월 29일 FOMC 성명 — "incoming information" 점검 문구의 출처.
- BLS — 2026년 8월 소비자물가(2026.09.11) — 헤드라인 전월비 0.4%, 근원 전년비 2.4%의 출처.